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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이야기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졸업생들의 실제 커리어패스와 여성공학자로서의 조언을 소개합니다


건축도시시스템공학 전공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박민주 선배(08학번, 2013년 졸업)의 커리어패스

  • 진학(국내 대학원 유학)
  • 커리어 변화(부서 이동)
  • 졸업직후(2013년)

  • 6년차2018년

    “연구개발본부에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면, 건축사업본부에서는 현재 상용화되어 적용되는 에너지 40% 절감 건물을 실제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수행경쟁력, 즉 ‘현재 수행하는 능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전문기술 인력들을 사업본부로 이동하면서 저도 이동하게 되었어요.”

대학원 졸업

취업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연차별 아이콘에 마우스를 대보세요.

선배가 들려주는 커리어 이야기

  • 1. 종사하고 계신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작년까지는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에서 건축 분야에서의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직으로 일했고, 현재는 건축사업본부에서 실제 건설 현장의 기술적인 문제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건축 분야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인 것 같아요. 단순히 건축공학뿐만 아니라 재료, 전기, 통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가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롭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또, 많이들 건축 현장이 ‘거칠다’ 고 말하는데요, 달리 말하면 그만큼 역동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실시간으로 건축 현장에서 여러 기술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분야라는 점이 재미있는 분야에요. 그리고 기술적으로 빠른 성장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아니어서, 그만큼 노하우가 집약되어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커리어를 쌓아 가는 매력이 있는 분야입니다.

  • 2. 여성 공학자들이 일하기에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오늘날까지도 비단 건축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학 분야가 남성중심적이고, 어찌 보면 건축공학은 다른 곳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여직원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그만큼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또한 해외 건설 현장의 경우 중동이나 이슬람 문화권 등 여성이 아예 업무를 할 수 없는 문화권인 지역도 많고, 회사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직원을 해외나 심지어는 국내 지방출장까지도 굳이 뽑지 않으려고 하죠. 앞서 말한 건축 업무의 매력인, 현장의 역동성을 느낄 기회 자체가 여성에게는 거의 주어지지 않고 그만큼 커리어 자체가 뒤쳐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거죠. 하지만, 느리더라도 분명히 변화하고는 있어요. 최근 현대건설 최초로 여성이 현장소장으로 임명되었어요. 차장급, 부장급 이상에도 여성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고요. 지금은 건축업계에서 여성 공학자들이 입지를 다져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 3. 선배님의 커리어패스가 궁금합니다.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는지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졸업한 지 오래 되지 않아서 커리어패스가 길지는 않아요. 2011년 건축공학과 졸업 뒤, 대학원 건축공학과 친환경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근무한 곳은 연구개발본부로서 친환경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시범 적용하는 업무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건축사업본부에서 현장 업무와 직접 연관된 현장지원, 실무 등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몇 가지 변화라고 한다면, 한 가지는 제가 대학원을 석박통합과정으로 입학했다가 석사를 마치고 취업을 택하게 되었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은 석사에서 연구를 하고 국책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현장 경험이 없고 문헌과 책으로만 공부하다 보니 실무를 수행하는 과제에서 일부 한계를 느끼게 되어 우선은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대학원 과정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도움이 되었고, 충분히 현장 경험을 한 뒤에 다시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연구로 돌아갈 생각도 있어요. 둘째로 연구개발본부에서 건축사업본부로 부서 이동했던 것도 있어요. 연구개발 본부에서 제가 에너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건물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면, 건축사업본부에서는 현재 상용화되어 적용되는 에너지 40% 절감 건물을 실제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온전히 제 선택은 아니고, 회사에서 수행경쟁력, 즉 ‘현재 수행하는 능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전문기술 인력들을 사업본부로 이동하면서 저도 이동하게 되었어요.

  • 4. 후배들이 재학 시절 꼭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최근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점점 공학 분야의 영역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 회사는 건축 회사이고 건축 관련 연구실임에도 작년 신입사원 중 건축공학과 학생이 한 명도 없었어요. 전자전기나 머신러닝, 컴퓨터공학, 도시계획 및 인문분야까지 정말 다채로운 분야의 학생들이 입사하였어요. 반대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저희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분들 중 건물 내부에서의 통신 등의 연구를 위하여 통신회사로 이직한 분들의 사례도 본 적 있어요. 공학 업계의 트렌드는 융합으로 바뀌고 있고, 그만큼 후배들도 융통적인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전공 지식 외에 전혀 색다른 분야의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UN의 환경정책 관련된 대외활동에 참가했는데, 건축공학도들 사이에서 흔치 않은 이 색다른 경험 덕에 저 스스로도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환경정책 관련 업무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 5. 여성공학자로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끼신 가장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결혼하지 않은 제가 직접 겪은 문제는 아니지만,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가 가장 여성 공학자의 발목을 잡는 점인 것 같아요. 주위에 결혼하고 육아 때문에 아예 일을 그만두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또 앞서 잠깐 말했지만 육아휴직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남직원들이 많은 탓에, 여성 직원은 꼭 필요한 육아휴직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해요. 직접적으로 눈치를 주거나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간 때문에 상대적으로 같이 일하던 남자 직원에 비해 커리어가 뒤처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높은 직위의 분들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을 3개월만 사용하고 복직하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앞서 말했듯 현장 경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도 여성 공학자로서 정말 어려운 점이고요.

  • 6. 하지만 여성 공학자로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네, 아주 많죠. 남자들이 많은 업계인 만큼 보수적이고 흔히 군대 문화라고 부르는 수직적인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업계 분위기를 여성 공학자들이 바꿔 나가기도 해요. 사실 제가 느끼기에 남자 직원들은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부서 내 문화에 문제가 있어도 서로 개선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군대 문화의 일부분이겠죠. 하지만 여성들은 달라요. 혼자 여자라는 이유로 경직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거절하고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그 덕분에 더 이상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고 남자 직원들도 의사소통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등, 부서 내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모습을 많이 봤고 저 또한 경험했어요. 그럴 때 여성 공학자로서 변화를 주도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죠.

  • 7.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후배를 위해서 선배님의 취업 노하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른바 ‘스펙 쌓기’ 도 중요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임팩트 있는 스토리’ 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앞서 말한 UN 환경정책 활동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고, 부동산이나 금융 관련, 환경 분야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독특한 자격증을 쌓은 분들도 있어요. 저 스스로도 많은 스펙을 보여 주고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서, 면접관의 뇌리에 꽂히는 임팩트를 주는 면접이 좋은 결과를 보여 줬습니다. 어려운 점이라면, 사실 준비 과정 그 자체보다 멘탈 관리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가까운 지인의 합격 소식, 그 와중에 내가 불합격했을 때 흔들리는 멘탈, 그리고 앞으로 남은 수많은 지원서와 면접 준비 등 많은 것들이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주는 것 같아요. 이것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언제나 불안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 8. 마지막으로, 저희 공과대학 후배들을 위해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 좌우명이 ‘나다움을 잃지 말자’입니다. 학부생으로서 공부하면서도,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회사에 들어와서도, 그 외에도 주위에 나와 같고도 다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 그것에 치이지 않으려면 나 자신의 색깔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는 학생 시기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의 색깔을 더 많이 탐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취업 준비 할 때 멘탈 관리를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나의 진로를 결정하는 바탕이 되고, 회사에서 즐겁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