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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이야기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졸업생들의 실제 커리어패스와 여성공학자로서의 조언을 소개합니다


전자공학 전공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박사과정 최지수 동문

  • (2013년)
  • (2014년)
  • (2016년)
  • (2017년~)
  • 학부 졸업

  • 석사 졸업(MCNL)

  • 박사 입합(NC State University, Electrical and Computer Engineering)

학부 연구원(이화여자대학교 멀티에이전트 통신 및 네트워크 연구실
(이하MCNL))

선배가 들려주는 커리어 이야기

  • 1. 어떠한 계기로 해외 진출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국내 기업/대학원과 어떤 차이를 고려해서 해외 진출을 고려하게 되셨나요?)

    학부 3학년 여름 방학 대학생 단기어학연수지원사업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약 8주 동안을 캐나다 벤쿠버에서 보냈습니다. 여행도 가본적이 없는 완전히 첫 해외 경험이고 아무런 준비없이 캐나다에 도착한 탓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영어라는 장벽이 너무나도 큰 산과 같았고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도착하여 학급을 여러 번 바꾼 후에 저에게 맞는 학급을 찾아 좋은 선생님과 홈스테이 가족들 덕분에 곧 적응할 수 있었고 이후부터는 즐겁게 생활하였습니다. 생활이 안정되니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도 생기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영어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국에서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영어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나의 일, 전문 분야를 영어로 설명하는 제 자신을 상상했고 이를 실현해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전공분야와 영어를 모두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경우 극한의 힘든 환경에 놓였을 때 나태해지지 않고 더욱 발전하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교과학습이나 연구가 국내보다 훨씬 어렵다고 인정하는 미국으로 진출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나날은 저에게 삶의 불확실성을 가르쳐 주었지만 그 불확실성은 자포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예측하든 미래는 불확실하므로 늘 나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의 다양한 변수들을 과도하게 의미부여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같던 미국 대학원 유학이라는 목표도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부터 취직보다는 진학에 관심이 있었고, 석사 때부터 미국으로 진학할 것인가? 박사부터 진학할 것인가? 사이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때 지도교수님께서 석사의 경우 국내는 미국과 달리 수업보다는 연구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먼저 연구 경험을 쌓으며 국내/해외를 모두 경험하기 위해 국내대학원 석사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 2.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전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있으신가요? (교환학생 포함) (-> 1번에서 말했듯이 아주 짧은 8주의 해외 거주 경험이 있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에는 영어공부, 교환학생, 학점관리 등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가고자 하는 길을 미리 경험한 선배의 조언을 들어보아라’ 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 마자 당시 지도교수님을 만나 고민과 진로를 상담했습니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교수님께서는 본인의 경험을 말씀해 주시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국내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해 주셨고. 무엇보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미리 경험하셨던 타 전공 교수님을 소개해 주셔서 더 자세한 유학준비, 유학생활, 이후의 커리어 등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미리 경험해 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저는 학부 3학년부터 국내 석사, 미국 박사과정 진학까지의 계획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목표를 설정하고 유학준비의 형식적인 준비절차(ex. GRE 성적, 토플 성적, SOP 준비 등)에 돌입하였습니다.

  • 3.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받은 금액 외에 개인적인 부담이 큰가요?

    저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를 다니고 있는데 한 학 기당 학비는 국내 학부의 3배 정도입니다. 사립대의 경우라면 6배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외에 보험료, 월세 등 한국과 비교하면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유학 준비 단계부터 주립대 위주로 준비했습니다. 물론 학비와 생활비는 학교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고 관련 정보는 각 학교의 공식홈페이지에서 쉽게 열람할 수도 있습니다. 국비장학생으로 선발 된다거나 펀딩을 받는다면 이 비용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박사 입학 후 1년 정도의 학비와 생활비는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국내 석사 과정 중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교내 장학금부터 해외 장학금까지 지원하여 학비 면제는 물론 연구비도 지원받으며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부모님께는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드리지 않고 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미국에 오기 전 박사 국비 장학생 선발에서는 탈락하였지만 입학 후 두 번째 학기부터는 TA (Teaching Assistant), RA (Research Assistant) 펀딩을 받기 시작하여 학비, 보험료 등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 4. 해외에서의 삶과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e.g. 언어, racism, etc)

    학교 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인종차별을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공대의 특성상 중국인, 인도인, 한국인 등 외국인 학생이 많다보니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는 적은 반면 같은 인종끼리 어울리려 하는 특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타지에서 어려운 점은 역시나 언어 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연구를 하며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저의 일과의 전부이고 게다가 저는 동료가 없는 개인 연구실을 사용하고 있어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더 적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영어를 연습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쉽게 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5. (종사하고 계신 분야/직종) 이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 분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연구분야는 Signal & Imaging Forensics이며, 세부적으로는 Electric Network Frequency (ENF) analysis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ENF신호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급주파수의 순서 값들을 나타내는 것으로, 음성/동영상 파일에 다양한 형태로 담겨 파일의 조작 여부 등을 확인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전력망에서 공급되는 전력의 주파수를 ENF라고 부르며 한국의 경우 공칭값은 60Hz입니다. 하지만 전력 네트워크 내부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때문에 실제적으로는60.01, 59.98Hz 와 같이 60Hz를 중심으로 주파수가 미세하게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급주파수의 순시 값들을 ENF 신호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음향 진동, 자기장의 간섭, 형광등 빛의 밝기 등을 통해 음성/동영상 파일에 담길 수 있게 되고, 적절한 주파수 분석을 통해 추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ENF 신호는 특정 시간의 고유한 값이기에 각 파일의 natural time stamp 역할을 하게 되고, 따라서 true ENF 신호만 있다면 음성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에서 추출된 ENF 신호와 비교하여 해당 파일의 조작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있고, 정확히 어느 구간이 조작되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overlapped scenes이 없는 동영상 파일의 synchronization을 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음성 파일에서 ENF 신호를 추출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이지만 동영상의 경우는 다릅니다. 물체의 움직임, 빛의 밝기 등의 요소가 ENF 신호의 추출을 어렵게 만드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 혹은 제시하는 것이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제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여부와 조금은 동떨어지게 연구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연구에서는 이론과 실제가 항상 함께 간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점 같습니다. 우선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수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아이디어의 타당성과 유효성을 증명합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제안하는 알고리즘으로 ENF 신호를 추출한 후, 나온 결과를 보고 분석을 합니다. 물론 실험이라는 게 쉽지 않아서 처음 몇 주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ENF 신호를 처음 성공적으로 추출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고 있는 연구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 6. 5년 단위 커리어패스를 소개해 주세요. 주요 커리어 변화 시점과 그 내용, 변화 이유 등을 설명해주세요.

    짧게 말하자면 이화여대 전자공학과에서 학부, 석사를 마치고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2년 차 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학부 졸업 전에 대학원/취직 사이에서 조금 고민이 있었지만 석사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학부 4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약 8개월 동안 본교 멀티에이전트 통신 및 네트워크 연구실(당시, 멀티미디어 통신 및 네트워크 연구실)에서 학부 보조 연구원으로 연구경험을 쌓았고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인턴생활을 충실히 한 결과, 단기간 동안 논문, 특허, 수상 등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석사 2년의 기간은 짧다면 짧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LG전자와의 산학 연구 경험, 한국전자전에 참가하여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발명 기술을 소개했던 경험, 대학원생으로서는 드물게도 공모전에 참가하여 수상한 경험 등 수업을 듣고 연구를 하는 것 이외의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 졸업 후, 유학 준비 기간을 거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박사 과정 중 1-2회 정도 산업체에서 인턴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인턴을 포함해 산업계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체 경험을 쌓은 이후에 연구에 대한 안목과 자세가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본격적인 커리어는 박사 졸업 후 이후에 결정될 것 같습니다.

  • 7. 공대 후배들이 재학시절 꼭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를 위해 어떤 활동과 경험들을 하는 것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꼭 갖추어야 할 역량은 “비판적인 사고와 시각” 을 기르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학부생 때 그렇게 하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의 학부시절을 되돌아보면 오로지 학점 위주의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수업을 녹음하며 교수님들의 말씀과 강의 자료를 뇌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이 방법이 높은 학점의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공부하는 방법을 수정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방법은 연구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은 채 교과의 내용과 지식만을 암기하는 방식은 오로지 시험에만 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의 설계 프로젝트 교과목을 통해 연구/사전 정보를 탐색, 수집하는 역량 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을 실제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의 적용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실험적인 조건, 한계 등을 고려하여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정량적으로 어느 정도 성능향상을 기대하는지 등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분석과 평가를 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후배들에게 현재 공부 방법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 보고 당장 다음 학기부터 하게 될 프로젝트에 있어서 더욱 진지하게 임하기를 조언하고 싶습니다.

  • 8. 해당 분야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과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Digital forensics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고 이 분야는 미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연구를 하고 있는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촬영을 하는 등의 실제적인 실험을 하고 이로부터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 그리고 얻어진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순서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살펴보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가 있고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이지만 보다 완성된 연구를 위해서는 수학적인 증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는 것 같은 지루한 과정이기 때문에 마치 제자리 걸음을 하는 기분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잘 풀리지 않던 문제를 결국 해결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우연히 몇 달 전에 제가 하고 있는 연구의 결과물이 법적 증거로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제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9. 해외 진학/취업을 원하는 후배 공학인들에게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해외 진학/취업은 모두 알다시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유학 준비를 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시험기간, 논문제출 마감 직전 등 바쁜 시기에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의미 없는 서칭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뒤적이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모든 시간을 공부에만 전념했던 시간은 손에 꼽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해야 할 일이 더 생기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급급했습니다. 시간관리는 사실 아직 저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고, 이를 해결해보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은 보다 시간을 더 잘 활용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하시기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