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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이야기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졸업생들의 실제 커리어패스와 여성공학자로서의 조언을 소개합니다


컴퓨터공학 전공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Greensboro, Computer Science and Engineering 교수, 김민정 동문

  • (2000년)
  • (2002년)
  • (2008년)박사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 (2009년~2013년)
  • (2014년~2018년)
  • (2018년)
  • 학부 졸업

  • 석사 졸업(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 박사후연구원(이화여자대학교 의생명사업단)

  • 박사후연구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 Research associat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 교수 임용(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Greensboro)

선배가 들려주는 커리어 이야기

  • 1. 어떠한 계기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게 되셨나요?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면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저의 연구 분야는 메디컬 이미지 분석인데 한국의 경우 해당 분야 진출 통로가 상당히 좁고, 세계 수준의 연구 기관에서 연구 경력(박사 후 연구원)을 쌓은 후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미국 진출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2.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전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있나요?

    거주 경험은 없었지만, 석/박사 생활을 했던 연구실의 많은 연구 과제들과 국가 지정 연구실 선정 등으로 국내에서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연구실의 해외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었습니다. 석사 과정 때 독일에서 공동 과제를 수행했고 박사 2년 차를 마치고 독일에서 한번 더 연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앞의 경우는 모두 지도교수님께서 공동 연구하시는 연구실을 방문한 것이고 연구를 위해 방학을 이용해 2개월간 다녀온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박사 과정 중 세달 반 동안 UPENN에 가서 저의 졸업논문 주제와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경험이 제가 추후 UNC-Chapel Hill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 3.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받은 금액 외에 개인적인 부담이 큰가요?

    Visiting student로 방문 시에는 제가 소속되어 있던 연구실의 지도교수님께 재정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 비용이 추가로 들지는 않았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의 경우도 개인적인 초기 정착 비용 일부 외에 부담은 없었습니다.

  • 4. 해외에서의 삶과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언어적인 어려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전공 용어로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논문을 쓰는 것도 문법과 논리에 기반한다면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내에서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 되어있고, 특히 이공계는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타 전공과 비교하여 인종과 성별에 의한 소외감이 덜 하지만,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고, 학교 밖 일상생활에서 좋지 않은 상황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일 이외의 측면에서 언어 사용시 어려움은 우리와 타국민의 관심사와 관련된 일상적 대화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농담 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타국민 특히 현지인들과 융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타국에서의 삶에서 어려움은 언어 보다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다는 외로움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겼을 때 그 아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고, 한국어 교육의 어려움 뿐 아니라 아이가 학교 생활 중 배우는 문화와의 차이가 가족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 5. 현재 연구 중인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 분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상 관련 연구이고 다양한 소스에서 얻어지는 영상의 처리 및 분석 알고리즘들을 연구합니다. 넓게 생각하면 현재 아주 유망한 컴퓨터 비전으로도 확대가 가능한데, 로봇 비전, 자율주행 차 등 시대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관련 응용 분야 또한 아주 많습니다. 제가 주로 다루는 영상은 의료/바이오 영상들로, MRI와 같은 3차원 영상에서 특정 질병과 연관이 되는 부분을 정량화해주는 연구에서부터 머신러닝/딥러닝 등을 적용한 컴퓨터 보조 질환 진단(Computer-assisted Diagnosis), 나아가 질환이 뚜렷하게 감지되기 전에 신경 섬유 등 미세구조의 변화나 심지어 구조적 이상보다 앞서 발생하는 기능적 변화를 감지하는 연구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 통계 분석 등으로 이루어지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대 노령화 사회에서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치매 등 정신질환, 또한 자폐증 등 발병률이 높고 요인이 불분명한 질환의 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 6. 현재 계신 곳의 여성 공학자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나요?

    학생 비율은 오히려 더 적습니다. 미국은 성별이나 인종 등 차별에 대한 제도 장치가 있어 명시적으로 어려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여성, 특히 아시안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있다고 들은 바는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생들과의 관계나 학사관리 등에 있어 남성 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관대하고 개인적으로는 교수로 부임하며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에 부합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상기시켰습니다. 공학계열 중 여성의 참여율이 더 낮은 전공도 많겠지만, 컴퓨터공학이 공학계열 중에서는 여성 비율이 30% 정도로 높은 편이라 더 낮은 수준의 전공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행히도 특별한 예로 말씀드릴만한 어려움은 없으나 소속 기관과 부서의 문화 및 리더십(학과의 경우 학과장) 같은 요소에 있어 여성구성원으로서의 어려움의 정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 7. 커리어패스를 소개해 주세요. 주요 커리어 변화 시점과 그 내용, 변화 이유 등을 설명해주세요.

    2009년-2013년 박사 후 연구원, 2014년부터 대학 소속 전임연구원인 Research Associate로 승진하여 교수로 부임하게 된 2018년 중반까지 일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커리어 상 급격한 변화는 없어 보일 수 있으나, Research Associate 재직 중 2번의 출산이 있었고 대학원생이나 계약직 박사후연구원과 비교해 안정적 직책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으로 인해 받은 커리어에서의 영향은 컸습니다. 출산과 동시에 일의 성과가 떨어졌고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육아에 가담하는 시간과 일에 쓰는 시간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출산 이전 상황과 같지 않았습니다. 실례로 6-8주 정도의 출산 휴가 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아이의 수유문제와 학회 등 출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업무가 몰리는 데드라인까지 시간을 안배하는 문제 등의 고민과 어려움은 아주 오랜 시간 계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저하되는 일의 성과들과 빠르게 변화하는 이공계 연구 분야에서의 연구 속도 둔화는 자칫하면 커리어의 손상 더나아가 심하게는 중단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인생의 중요 변화들이 여성의 커리어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생각보다 한국과 비교해 제도적 장치가 좋지는 않습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변화를 부정하기 보다는 현실과 타협하여 커리어 유지 자체에 의미를 두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8. 공대 후배들이 재학시절 꼭 갖추어야할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를 위해 어떤 활동과 경험들을 하는 것이 좋을 지 추천해주세요.

    사실 여러 학생들로부터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요구되는 영어 수준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왔는데, 언어는 어디까지나 의사소통 및 의견교환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영어 공인시험점수를 최고치로 높이려 하거나 어학연수 등 영어에 집중된 노력, 학점을 높이기 위한 학교 공부에 집중하는 노력 이외에 학교 안팎에서의 기회들을 많이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추천서를 써주시는 교수님들 만을 중요한 인맥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된 인간관계를 만들기를 권합니다. 저처럼 이미 사회에 진출한 후에는 공적인 관계나 이해관계에 의한 인간관계로 인맥이 제한됩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기 이전인 학생 시절에는 이해관계에 앞선 관계, 앞으로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인맥 형성이 가능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학회 등 연구 커뮤니티의 학생 자원 봉사자나 학생들간의 네트워킹 기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외 진출 시, 미리 교수님이나 현지에 진출해있는 학생, 연구원들에게 연락하여 실질적인 관련 정보를 구해 보기를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진출을 선택하거나 학계 또는 산업계로 진출하는 선택에 있어서 자신이 어떤 유형과 어떤 환경에 잘 적응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므로 다양하고 많은 시도들이 더 나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9. 해당 분야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과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연구 분야의 발전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점입니다.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교육(강의)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고 그에 할애하는 시간 또한 적지 않습니다. 연구와 강의 등 학교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 안배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일의 내용들을 잘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이는 교수라는 직업에서 오는 일의 특성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직책과 세부적인 업무 분담이 정해져 있는 기업체와 비교하여  교수는 스스로 연구의 방향과 범위를 설정하고 또 경력의 초반부인 조교수 단계에서는 다음 단계인 정년보장(tenure) 심사를 위해 연구, 교육 등 여러 가지 업적과 성과들을 뚜렷하게 내야합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차이 점은, 미국은 정년 퇴임 연령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년보장 심사 절차가 아주 엄격합니다. 보람은 무엇보다 학생들로부터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이 단순한 강의 내용을 벗어나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연관하여 통찰력 있는 질문을 할 때 보람이 느껴지고, 학생이 저의 노력을 알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것을 볼때 행복합니다. 연구측면에서의 보람은 정량적인 부분이라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다거나 인정받을 만한 실적이 나올 때 입니다.

  • 10. 해외 진학/취업을 원하는 후배 공학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특히 미국은 전세계의 학생들과 인력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함께 공부하며 일하고 또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야가 넓어질수도 있고 반면 좌절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는 분명 다른 점이 많을 것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도 자연스레 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좀 더 어렵다고 생각되는 곳에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새롭고 어려운 환경에 도전하고 경험하는 그 과정 자체가 아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외 진출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부족한 면이 있다면 보완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보통 부족한 점은 커리어패스를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벽에 미리 부딪히는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직이 잦고 그에 따른 인식도 자연스럽습니다. 기업의 경우 어떤 사업부가 해체되어 그 구성원들이 실직하는 경우, 한국에서 생각하는 해고(fire)와 다르게 정리해고(lay-off)되는 것으로, 업무 능력으로 인한 실직이 아니라는 이해가 보편적이고 오히려 경력을 인정하여 재취업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연봉을 높여 이직되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과의 차이를 간단히 예로 든 것인데, 학계의 경우도 제한적이긴 하나 가능하며, 본인의 능력과 처우(연봉 등)를 연결하여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는 측면에서는 미국이 한국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제한적인 정보와 상태에 국한되지 말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해 보면 좋겠습니다.